[ 나는 다만, 조금 느리고 싶다 ] 책 내용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놓치고 산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약속, 이루어야 할 목표, 매일이 마치 달리기 시합 같아서,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닐까 불안해하며 앞만 보며 달린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리고 싶다>의 저자 강세형은 그런 우리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잠시 느린 속도로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책 속에서 저자는 먼 나라로 떠나 멋진 풍경을 보는 여행 대신, 매일 걷는 골목길과 익숙한 동네 카페에서 소소한 여행을 시작한다. 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는 조용한 오후의 카페, 스치는 사람들이 웃음소리,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아무것도 아니 그 순간들이 모여,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된다. 우리는 너무 거창하고 멋진 여행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가장 평범한 곳에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고.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 마음을 가장 깊이 어루만져준다고.
책장을 넘길수록 익숙한 일상 속 풍경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늘 지나치던 골목길 담벼락의 낡은 벽돌이 어쩐지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유난히 귀에 들어온다. 이 책은 그렇게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즉, 곁에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린 장면들이, 다시 소중해지는 시간. 마치 삶이 다시 색을 입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말한다. 느리게 걷는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라고. 오히려 천천히 걸을 때 비로소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마음의 소리도 들린다고. 책 속의 이야기들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따뜻하고 진짜 같다. 갑자기 훌쩍 떠나는 여행 대신, 오늘의 하루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힘이 있다.
우리가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찰나의 순간들- 비 오는 날 우산 속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동네 슈퍼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노을 지는 하늘 아래 혼자 걷는 시간- 그 모든 것들이 이 책 안에서는 하나의 여행이 된다. 저자는 그 느린 순간들 속에서 '행복'이라는 걸 다시 발견한다. 반드시 어디로 떠나야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멈춰서 바라볼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들.
읽다 보면 어쩐지 마음이 천천히 풀리고, 조급했던 하루가 조금은 느슨해진다. 우리 모두가 매일 반복하는 이 일상 안에도 수많은 여행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 그걸 알아차리기만 해도,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오히려 가장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세상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나는 다만, 조금 느리고 싶다. 그리고 이 느림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 사람인지 천천히 생각해 보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여백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이 조금 따뜻해진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추천 이유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들었던 감정은 '위로'라기보다는 '안심'이었다. 무언가를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잠깐 멈춰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강요 없이 스며들어왔다. 요즘처럼 누구나 바쁘게 살아가야만 한다는 시대에, 느림은 마치 나약함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여유를 미뤄왔고, 쉼을 죄책감처럼 느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으면서도, 어느 틈엔가 '괜찮아, 네 속도로 가도 돼'라고 다정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온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 책이 말하는 '여행'의 정의가 우리 일상의 한복판엣 시작된다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이나 특별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내가 매일 걷는 골목길과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가능하다는 시선. 그 말 한마디가 내 시야를 바꿨다. 어떤 풍경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삶의 작은 장면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고, 평범한 것들이 오히려 더 따뜻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많은 자기 계발서가 '더 잘 살아야 한다'라고 말할 때, 이 책은 그 반대의 방향으로 걸어간다.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냥 살아도 괜찮다'는 묵직한 진심을 전한다. 과장이 없고, 문장이 과하지 않아 더 마음에 남는다. 말투는 조용한데, 그 조용함이 묘하게 강하다. 그 잔잔한 울림이 오래 머무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으로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이 어디든 충분히 여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어떤 책이 진짜 나를 위로했던 책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책을 조용히 꺼내 보여 줄 것 같다. 정제되지 않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그런 책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느리게 걷는 하루의 소중함
우리는 때때로 '멈춤'이란 단어 앞에서 불안을 느낀다. 바쁘게 달려야 무언가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속도를 줄이면 세상에 뒤처질까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하루를 소비하고, 그렇게 내 안의 감정들은 그렇게 점점 눌려간다. 이 책은 그런 불안한 마음에 작은 틈을 만들어 준다. 그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고, 빛이 스며든다. 책을 읽는 동안은 속도를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마치 혼자만의 조용한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마음을 정돈하는 기분이었다. 하루하루를 채워가기에만 급급했던 내가, 처음으로 '비워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무엇보다 일상 속 감각을 되살리는 힘이 있다. 커피의 온도, 나뭇잎의 떨림, 발 밑에 부서지는 낙엽의 소리. 무심히 지나쳤던 그런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보다, 이 책은 '마음'을 회복시킨다. 그것은 단지 감상적인 위로나 낭만적인 언어가 아니다. 진짜 삶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걸 원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할 것 같고, 더 멀리 가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 여기'가 충분히 소중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위로는 반드시 누군가를 안아줘야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것에서 오기도 한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앉아 있는 느낌.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도, 그 여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고, 다시 펴고 싶은 그런 책. 느림은 결코 멈춤이 아니라는 것을, 느림 속에도 삶은 충분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내게 조용히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 내 삶의 속도는 내가 정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