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걷는 사람, 하정우] 책 내용
『걷는 사람,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가 일상에서 걷기를 통해 발견한 삶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로서의 삶 이면에 '걷기'라는 가장 단순한 행위를 통해 마음을 정돈하고,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인 책이다.
책은 하정우가 왜 걷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연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숨이 막힐까"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는 그의 고백은 시작부터 진솔하다. 어릴 적부터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하루만 보, 이만 보를 넘기며 걷기 시작하고, 어느새 걷기가 그의 일상이 되어버린 과정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하정우는 서울에서 시작해 LA, 뉴욕, 파리 등 자신이 머물렀던 도시 곳곳을 걸으며 그 속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떠오르는 생각들을 풀어낸다. 도시마다 걸음의 결이 다르고, 그 속에서 얻는 감정도 다르다. 뉴욕에서는 익명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LA에서는 사막과 바다의 경계를 걸으며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걷는 이야기가 현실적이다. 한강을 따라 걷고, 숲길을 걸으며 그가 마주한 일상의 풍경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걷기라는 행위를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인생과 연결해 깊은 사유로 이끌어가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하정우는 걷다 보면 속도가 느려지고, 그 느림 속에서 잊고 있었던 생각들과 감정들이 불쑥 올라온다고 말한다. 걷는 동안에는 스스로를 솔직하게 마주하게 되고, 그렇게 걷는다는 건 결국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깨닫게 만든다.
2. 추천 이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하정우라는 사람의 솔직함이었다. 유명한 배우이지만,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담백하다. 가끔은 지쳐서 걷기를 멈추고 싶은 날도 있었고, 걷다 보니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는 그의 고백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는 이런 일상을 "에세이로 낼 정도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일상의 진솔함이 더 큰 힘으로 다가왔다.
특히 하정우가 걷기와 인생을 연결 지어 설명하는 부분들이 마음에 남는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산책"이라는 구절에서는 괜히 울컥했다. 우리는 늘 빨리 가야 한다고, 남보다 앞서야 한다고 강박에 시달리는데, 그가 말하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걷기처럼 인생도 그냥 묵묵히, 천천히 가면 되는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한, 하정우가 도시마다 다른 걸음의 리듬과 감정을 풀어내는 부분은 나에게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뉴욕의 분주함과 LA의 여유, 파리의 낭만과 서울의 복잡함 속에서도 그는 걷기를 통해 그 도시와 자신의 관계를 다시 정의한다. 읽는 내내 '나도 저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걷기라는 평범한 행위가 얼마나 특별한 의미로 변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한 인간을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배우로서의 화려함이 아닌,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의 하정우가 거기 있었다. 그는 걸으면서 기뻤고, 때로는 울컥했고, 외로웠고, 다시 다짐했다. 그런 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좋았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나도 그냥 걸어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3. 결론
『걷는 사람, 하정우』는 거창한 이야기를 내세우기보다는,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조각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화려한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걷는 사람으로서의 하정우는 오히려 낯설지 않다. 그가 걷는 길에는 대사도, 카메라도 없지만, 대신 삶의 소리가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백’이자 ‘산책일지’이며 동시에 ‘마음의 지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걷는다는 행위를 그저 이동의 수단으로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걷기란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섬세한 감각임을 알게 된다. 하정우는 발걸음을 통해 자신을 찾고, 세상과 대화하며,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하나씩 길 위에서 주워 담는다. 그의 산책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무언가를 향한 조용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문득 그런 질문을 내 삶에 던져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이 독자에게 '잠깐 멈춤'의 시간을 권한다는 점이다.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꾸만 결과와 성취에 매달린다. 그러나 하정우는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내가 잊고 있던,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의 진실과도 같았다.
이 책은 속도보다는 방향을, 목적보다는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바쁘게 달리는 하루 속에서 그저 '걷는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일러준다. ‘왜 이 길을 걷고 있지?’라는 질문에, ‘그저 걷고 싶어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삶의 본질에 가까워진 것 아닐까.
『걷는 사람, 하정우』는 결국 자신을 만나기 위한 여정의 기록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걸어도 된다는 위로를 받는다. 삶에 정답은 없고, 중요한 건 나만의 리듬을 찾는 일이라는 걸. 하정우가 걷는 길에 나도 함께 걷는 느낌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걷는다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 마음과 가장 가까워지는 방식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혹시라도 마음이 조용히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면, 그냥 걸어보길 바란다. 거리와 풍경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걷는 그 찰나에 나와 마주하는 용기다. 『걷는 사람, 하정우』는 그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누군가의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길 끝에서 당신은, 분명 무언가 따뜻한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