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지중해 문화기행] 책 내용
『지중해 문화기행』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이 직접 지중해 연안을 여행하며 쓴 문화기행서다.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라 예술과 문명, 종교와 철학의 뿌리를 찾아가는 깊이 있는 여정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을 중심으로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근세에 이르는 지중해 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유홍준 특유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이 어우러져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박물관을 걷는 듯하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된 여행은 파르테논 신전의 도리스식 기둥과 신화를 품은 조각상들로 독자를 맞이한다. 그는 단순히 "멋있다"로 끝나는 감상을 넘어서, 신전의 구조와 역사적 의미, 건축적 특징까지 풀어낸다. 독자는 마치 유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유적지를 실제로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어지는 이탈리아 여정에서는 르네상스의 찬란한 꽃이 피어난 피렌체와 로마가 중심이 된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까지, 유명 작품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인간과 신, 그리고 시대정신까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작품에 숨겨진 작가의 고민과 시대적 배경을 듣다 보면,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의 표현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에 대한 치열한 성찰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된다.
스페인으로 넘어가면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문양과 이슬람 문명의 융성함이 펼쳐진다. 유홍준은 스페인의 역사적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격렬하게 부딪히고 공존했던 그 땅의 복잡한 사연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가우디의 바르셀로나 성당에서는 건축의 천재성을 넘어서 예술이 인간과 신, 자연의 경계마저 허물 수 있음을 절감하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여정은 터키로 향한다. 동서양의 경계이자 문명의 교차로인 이스탄불에서 그는 오스만 제국의 위용과 비잔틴 문명의 잔재를 읽어낸다. 성 소피아 성당의 황금빛 모자이크와 블루 모스크의 찬란한 돔을 보며 인간이 남긴 문명의 자취 앞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로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경외'였다. 고대 그리스의 섬세한 조각 앞에서, 르네상스의 찬란한 인간 중심적 예술 앞에서, 이슬람 문명의 화려한 궁전 앞에서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동시에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부딪히고, 싸우고, 때로는 파괴하지만, 결국에는 아름다운 것을 남기고자 애쓴다. 그 치열한 흔적이 지중해의 유적과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그곳의 역사와 예술이 마음속으로 밀려온다. 나는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펼쳐 지중해 어느 골목길에 홀로 서 있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과 문명, 그리고 예술을 다시 만나고 싶다.
2. 추천 이유
유홍준의 『지중해 문화기행』은 단순한 여행기나 관광 안내서가 아니다. 그는 지중해라는 공간을 일종의 '문명의 박물관'으로 삼고, 독자에게 해설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유적과 예술품 하나하나를 그냥 감탄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 배경과 맥락, 시대정신을 풍부하게 전달해준다. 덕분에 독자는 사진 속 장면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는 로마의 건축물 앞에서 “웅장하다”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왜 그런 구조로 지었는지, 당대 사람들의 종교관이나 정치 체계가 어떻게 그것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풀어낸다. 이 과정은 독자의 감상을 단순한 인상에서 사고와 통찰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가 말하는 문화는 단지 남겨진 것이 아니라, '해석되어야 할 이야기'로 다시 살아난다.
유홍준의 문장은 학술적이면서도 대중적이다.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고, 풍부한 비유와 위트 있는 표현으로 읽는 즐거움을 준다. 때론 고고학자가 되어 발굴의 현장을 상상하게 만들고, 때론 예술가의 눈으로 작품의 곡선 하나에 숨은 감정을 포착하게 한다. 그가 풀어낸 예술사와 문화 이야기는 곧 인간에 대한 탐구이자,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추적하는 여정이다.
또한 유홍준은 문화의 이면까지도 정직하게 바라본다. 찬란한 건축물과 예술 작품 이면에 도사린 폭력과 갈등, 파괴의 흔적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문명이 가진 양면성을 되새기게 만든다. 아름다움만을 소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에 대해 존중과 동시에 비판의 시선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이 단지 유익한 책을 넘어, 성찰을 가능케 하는 책인 이유다.
3. 결론
『지중해 문화기행』은 단순히 과거를 복기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고대의 유산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게 만든다. 예술과 철학, 종교와 건축이 어우러진 지중해의 유적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이 여행이 시간의 이동만이 아닌, 사유의 여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간이 남긴 유산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경외에 가까웠다. 돌 하나에 깃든 조형미, 색채 하나에 담긴 철학, 조각 하나에 응축된 인간의 고뇌를 마주하며,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새삼 느꼈다. 동시에 그것이 지금 나의 삶에도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혹은 신을 위해, 또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돌과 물감과 설계 속에 새겼고, 나는 그것을 통해 오늘의 의미를 다시 조각했다.
책을 덮는 순간에도 여운은 길게 남는다. 눈으로 본 풍경보다 가슴으로 느낀 이야기가 더 진하게 남는다. 나는 언젠가 이 책에 나온 장소를 실제로 걷고 싶다. 그러나 설령 그러지 못한다 해도, 이 책은 내 마음속에 ‘지중해’라는 하나의 내면 풍경을 남겼다. 그리고 그 풍경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주었다.
『지중해 문화기행』은 여행을 꿈꾸는 이에게는 가장 지적인 여행 안내서가 되고, 인생을 성찰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철학적 나침반이 된다. 문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인간의 위대함과 한계를 마주하는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